칼럼 【칼럼】겨울의 문턱에서
사흘이 멀다 하고 비가 내린다. 빗줄기에 서늘한 기운이 한결 짙어졌다. 막연한 불안감이 스멀스멀 밀려온다. 기다렸다는 듯이 눈도 내릴 것이다. 함박눈이 오면 강추위가 한 발 물러날 테고, 눈발이 성기면 매서운 추위가 밀어닥치리라. 눈이 장설로 쌓인 깊은 산골, 봉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며 한숨짓는 이름 모를 노파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. “산 퇴깽이, 노루, 고라니덜은 이 눈 속에서 뭘 먹구 산댜? 쯧쯧!” 예전에는 살날이 얼마 안 남았을망정 미물들에게까지 신경을 쓰던 노인들이 흔했다. 때가 되면 지나가는 나그네를 불러다 끼니를 대접하던 사람들도 종종 볼 수가 있었다. 그들의 살림살이가 넉넉해서가 아니었다. 사람의 도리가 그래야 한다고 느꼈기에 아무런 대가 없이 그랬다. 요즘은 어떤가. 살날이 창창한 젊은이들이 어제도 오늘도 갖가지 형태에 열광하며 소모적인 삶에 젊음을 불태운다. 먹고 또 먹고, 마시고 또 마시고, 계속 소리치고, 환호작약하며 밤을 지새우고 지축을 뒤흔든다. 조용히, 아주 조용히,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, 사람답게, 옹골차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자그마한 행복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리는 일은 도처에서 벌어진다. 지구 저 편 아르헨
- 청운대 이원기 교수
- 2019-01-03 17:54